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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거리를 걷는 남자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앤더슨에 사는 '래리 스윌링'. 그가 처음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2년 9월 이었다. 그는 몸을 다 가리는 커다란 피켓을 걸고 있었는데, 약 1년 동안 매일같이 같은 모습으로 하루에 무려 12km씩 걷기만 했다. 그에게는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1956년 아내 '지미 수 에빈스'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둔 래리는 결혼생활 56년 동안 큰 다툼 한 번 없었을 정도로 금술 좋은 부부였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 지미가 갑작스럽게 쓰러진다.


지미가 쓰러진 이유는 신장 때문이었는데, 사실 지미는 선천적으로 신장을 하나만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 하나마저 만성 신부전으로 오래전부터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


만성 신부전은 신장 기능이 떨어지며 체내의 노폐물을 걸러내지 못하는 병인데 최근 들어 더 악화되었던 것이었다. 결국 유일한 치료법은 신장 이식 뿐이였고, 다행히 신장 이식은 5년 생존률이 95% 이상으로 성공률이 매우 높은 병이었다.


이에 래리는 자신의 신장을 아내에게 주겠다고 선뜻 나섰다.


하지만 검사결과 래리의 신장은 아내인 지미에게 맞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식들은 물론, 일가 친척까지 모두 검사했지만, 가족들 중 누구도 맞지 않았다. 결국 맞는 기증자가 나타날때까지 기다릴수밖에 없었는데...


미 '국립 신장 재단'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신장 이식 대기자 명단에 올라와 있는 환자는 약 9만 명인데 반해, 기증되는 신장은 턱없이 부족해 한 해에 신장 이식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들이 5천 명이나 된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도 그녀와 신장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고, 지미의 병은 점점 악화되어만 갔다. 결국 이렇게 기다릴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래리는 피켓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다.


래리는 '아내를 위한 신장이 필요합니다'라는 피켓을 만들어 걸고,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거리를 걷는다.


그러던 어느날, 놀랍게도 기적이 일어난다.


수 많은 사람들이 지미에게 신장을 기증하고 싶다는 연락이 온 것! 그의 사연을 언론에서 접하게 된 사람들이 깊은 감동을 받아 단 몇일만에 자메이카, 독일, 스위스 등 세계 각지에서 무려 2000여 명의 사람들이 기증 의사를 밝힌 것이다.


또한 한 지역 병원에서는 기증 의사를 밝힌 지원자들의 검사를 무료로 지원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뒤 맞는 기증자를 찾게 되었고 지미는 2013년 9월 11일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그런데 래리가 이룬 기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장 기증을 지원했던 2000여 명 중 125명이 다른 환자와 이식 조건이 일치했는데, 그들 모두 신장을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국 아내를 살리기 위한 그의 간절한 마음이 아내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구하게 된 기적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4년 후인 2016년 2월, 안타깝게도 아내 지미는 다른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에게 신장을 기증한 이는 신장 기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으며,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고군 분투했던 래리의 이야기는 아직도 많은 사람의 기억에 남아 가슴을 울리고 있다.